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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 레벨 3 체험기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 현대차의 성능을 서킷 위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등 다양한 매력으로 나날이 인기를 더하는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 그 맨 위에는 레벨 3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레벨 1과 택시 프로그램으로 운전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 다음 단계인 레벨 2와 3에도 관심이 생기게 될텐데요. 현대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끝판왕, 레벨 3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될까요?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드라이빙 프로그램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서킷의 피트를 배정받아 사용합니다. 평소에는 레이스에 출전하는 선수가 아닌 이상 피트에 내 차를 넣을 기회가 없을 테니 이 역시 특별한 경험이라 할 수 있죠. 피트에 있는 것만으로 레이서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요. 프로그램은 한 명의 인스트럭터가 네 명의 참가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 과외 수준으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전에 수강했던 레벨 1, 2의 피드백의 수준과는 차이가 납니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자체의 수준이 높고, 서킷에서의 주행 페이스도 빠르며, 인스트럭터의 피드백도 무척 자세하죠. 레벨 2보다 겨우 한 단계 높은 프로그램일 뿐이지만 프로그램의 깊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운전실력 향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이 프로그램은 무조건 수강해보세요!


비싼 가격, 하지만 최고의 가성비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수강료는 4시간 수업에 22만원입니다. 비싸죠. 몇 시간의 수업으로 22만원이 나간다는 건 누구라도 망설이게 될 만큼 큰 지출입니다. 게다가 인제 스피디움 서킷까지의 교통비 등 추가 지출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구요. 그럼에도 달려보면 그 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집니다. 우선 3세션의 트랙 주행비용, 차량 대여료, 피트 임대비 등을 지원받는 셈이고, 서킷의 라이센스가 없다면 라이선스 발급비용도 지원됩니다. 무엇보다 현역 프로 선수로 활동 중인 인스트럭터의 교육이 무척 꼼꼼해서 '이 정도면 충분히 돈값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자비 없는 인스트럭터의 서킷 교육

교육은 <이론 교육 - 기초 주행 실습 - 짐카나 - 서킷 주행 & 피드백>으로 이뤄집니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주행과 피드백 과정의 심도가 깊어서 의외로 시간도 빡빡하게 느껴지고 피로도도 제법 큽니다. 특히 이 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킷 주행은 인스트럭터 - 참가자 - 참가자 순서로 인스트럭처를 따라가는 식으로 서킷을 돌아봅니다. 참가자 대부분 서킷 주행은 처음이었던 지라 우선 라인을 익히는 목적의 주행이 이뤄졌죠. 하지만 페이스를 너무 늦추지는 않습니다. 참가자의 달리는 수준에 맞춰 페이스를 높이거나 낮추거나 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달리면 됩니다. 달리는 동안 라인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브레이킹 포인트는 어디인지, 조향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무전기로 계속 전해집니다. 선행하는 인스트럭터를 따라가며 무전 내용을 듣다 보면 라인을 익히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주행을 펼치는 동안 함께 달리는 인스트럭터가 내 주행을 지켜보며 꾸준히 피드백을 전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못타는 건 아니지 않나?'하는 자만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게 되는 순간이죠. 고쳐야 할 잘못된 운전습관, 시선 처리, 브레이킹 타이밍, 조타각, 변속 시점 등 고칠 점이 수도 없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인스터럭터는 자비 없이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를 자세하게 가르쳐줍니다. 부끄럽기는 한데, 오히려 눈이 반짝반짝해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나라도 더 깨닫고 배우기 위해서 더 열정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모니터링하고 질문하며 고칠 점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서킷 주행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 차량의 순서를 바꿔가며 주행하게 됩니다. 참가자 - 인스트럭터 - 참가자 순서로 참가자가 맨 앞 선두에 서고 인스트럭터가 내 주행을 바로 뒤에서 지켜보며 주행하게 되죠. 선행하는 참가자는 자신의 방법대로 마음껏 트랙을 달리면 된다는 주문을 받게 됩니다만,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며 쫓아온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마음대로 달리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1차 주행에서 익혔던 라인도 흐트러지고, 무너진 라인을 바로잡으려 페이스를 높이면 어김없이 라인이 다시 또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1차 피드백에서 지적받았던 나쁜 습관도 다시 드러나게 되구요. 참가자 모두가 그렇게 종일 흔들리는 멘탈을 바로잡으며 주행을 했습니다. 선행하는 인스트럭터를 따라가는 것과 내가 선행하는 것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주행을 하는 동안 또 자비 없는 피드백이 끝없이 쏟아집니다. 자신의 드라이빙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처절하게 깨닫고 다음 주행에서는 제대로 달려보자는 의지를 불태우는 시간입니다.


만만찮은 서킷 주행

프로그램 주행 코스는 인제 스피디움 서킷의 A 코스입니다. 전체 풀코스를 절반으로 자른 일부 영역을 노면의 고저차가 심한 구간이 있고 고속 코너도 있는 편이어서 난이도가 제법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달리면 달릴수록 어렵더군요. 제대로 공략하려 하면 할수록 라인이 부풀게 됩니다. 코너링 한계가 높은 벨로스터 N의 성능을 여러 번 겪어봤던 지라 차를 믿고 코너에서 속도를 높여 진입하곤 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스핀한 적은 없지만 속도를 높여 진입하다 보니 자꾸 차가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생겨났죠. 그렇게 이곳에서는 마냥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는 적절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빠르게 달리기보다 제대로 속도를 줄이는 법을 가르쳐주는, 서킷 주행의 정석을 배우기엔 좋은 코스였습니다.


무엇을 얻었는가

정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서킷을 경험했다는 점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운전할 때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 경우는 각이 큰 코너에서 진입 시점이 늦다는 점, 감에 의지해 오버스피드로 코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 많은 부분을 지적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도 함께 받을 수 있었죠. 달리면 달릴 수록 제대로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수강했지만, 지금까지 수강한 프로그램 중 이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습니다. 서킷을 더 제대로 달려보고픈 의지가 있는 분들이라면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전문 드라이버와 하루 종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흔치 않으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쉬는 시간에도 종일 붙어다니며 질문세례를 퍼부어 그분들을 괴롭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드라이빙 아카데미의 교육 방향은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달리는 것’을 지향합니다. 저는 초반에 맘먹고 빨리 달려보고자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빨리 달리려 하면 할수록 랩타임은 오히려 늘어나게 됩니다. 반대로 조금 느긋하게 달리더라도 주행의 정석을 익힌다면 자연스럽게 빨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번을 계기로 다시 기초부터 제대로 배우고 달려보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여러분도 서킷 주행의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싶다면 드라이빙 아카데미 레벨 3를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