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동차 오너가 되면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작은 상처라도 나면 어쩌나, 차에 무리라도 가면 어떡하나 항상 전전긍긍하죠. 소중히 다루는 건 좋지만, 너무 아끼지는 마세요. 자동차도 하나의 소모품이고, 감가상각하기 마련이니까요. 게다가 너무 아끼다가 역효과가 발생하는 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하나하나 그 사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새 차를 아끼려면 비닐 커버를 벗기면 안 된다?
간혹 자동차를 인수하고, 길들이는 동안 자동차 내부 비닐 커버를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 차의 느낌을 오래 느끼고 싶은 거죠. 지인이 차주 허락도 안 받고 비닐을 뜯는 건 금기시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비닐 커버를 그대로 놔두면 자칫 먼지 등의 물질들이 내부에 그대로 남아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비닐 속에 습기가 침투하면 곰팡이나 세균번식도 쉽고, 부식이 생기기도 하죠. 심하면 비닐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로 인해 자동차 전자기능이 오작동을 일으켜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인수 직후 비닐 커버는 모두 제거하세요. 그리고 새 차를 운전할 땐 창문을 자주 열고 환기를 해야 내부 냄새를 빠른 시간 안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새 차는 코팅 광택을 해야 도장 수명이 오래 간다?
자동차를 구입한 직후 광택 작업을 해야 마음이 편안한 운전자가 있습니다. 도장 색 보존이 오래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이론적으론 맞습니다. 하지만, 출고 직후 광택 작업은 자제하는 것이 좋은데요, 도장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기계 세차나 광택 작업 등 도장에 무리가 가는 작업은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차량 광택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왁스 칠 전에 연마제로 차량 표면을 벗겨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이 오히려 도장 수명을 줄이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구입 후 3개월 간은 손세차를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자동차 예열이 오랜 시간 필요하다?
추운 겨울철에 예열이 필요한 건 맞습니다. 출발하기 전 예열하면 오일 팬에 고여 있는 엔진 오일이 풀어지고,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가 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운동하기 전에 워밍업으로 몸을 풀어주고 피를 돌게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시동을 켠 후 엔진오일 순환이 덜 된 상태에서 주행하면 피스톤이나 실린더에 마모가 생기기 쉽고, 정화되지 않은 오염물질이 배출돼 환경에도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열(공회전)은 길어야 1분이면 충분하고, 추운 겨울철에도 2분 안으로 끝내는 게 좋습니다. 요즘 나오는 신차는 엔진 성능이 좋아 시동을 걸면 10초 이내에 엔진이 데워지니까요. 오랜 시간 공회전은 연료를 낭비하고 엔진오일의 수명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오랜 시간 쉬어야 한다?
많은 운전자가 자동차를 자주 사용하면 수명이 빨리 준다고 생각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자동차를 자주 운행하면 소모품이 빨리 닳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인 만큼 오래 운행하지 않아도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엔진이 오래 멈춰 있으면 엔진오일이 마르게 되는데요, 엔진 피스톤과 실린더가 맞물리는 곳에서 유막이 마르면 엔진이 다시 돌아갈 때 마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막은 보통 일주일 정도면 마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시동을 걸어주는 게 좋습니다. 또한, 장기간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터리 관리입니다.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블랙박스 등으로 인해 대기 전력을 여전히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블랙박스 상시 녹화 기능을 켜 둔 상태라면 배터리 소모는 더 빨라집니다.
춥다고 히터를 켜면 기름을 많이 낭비한다?
오래된 차를 몰고 오르막을 오를 땐 에어컨을 꺼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운전자가 히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오해하곤 하는데요, 사실은 다릅니다. 에어컨은 엔진의 힘으로 작동하는 반면, 히터는 냉각수에 데워진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비 변화에 영향이 거의 없죠. 실제로 2013년 교통안전공단에서 히터가 연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한 결과, 히터 온도를 높이거나 풍속을 강하게 해도 연료 소모량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히터를 켜지 않을 경우 시간당 1,860원, 히터를 켰을 때 시간당 1,910원 정도의 연료가 소모돼 50원 가량 차이가 났습니다. 그러니 아까운 엔진 열 낭비하지 말고, 겨울철에 추울 땐 히터 따뜻하게 켜고 운전하세요.
낮은 rpm을 사용하면 엔진도 아끼고, 연비도 좋아진다?
많은 운전자가 기름을 아끼기 위해 엔진 rpm을 최대한 적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엑셀을 가능하면 덜 밟는 거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내연기관 대부분은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rpm 근처에서 가장 낮은 연료 소모율을 보입니다. 꽉 막힌 도로를 주행하거나, 도로 흐름상 가속이 필요 없을 때, 높지 않은 속도로 일정하게 주행할 때는 에너지가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낮은 rpm으로 주행하는 것이 연비에 더 도움이 되죠. 하지만, 그 외 상황에서는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rpm을 써주는 게 연비에 더 좋습니다.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rpm은 제원표에서 ‘20/4,000’ 형식으로 표시됩니다. 엔진회전수가 1분당 4,000일 때 최대토크 20kg.m를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고급 휘발유를 써야 차를 아낄 수 있다?
새 차에는 무조건 비싼 고급 휘발유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고급 휘발유의 핵심은 '옥탄가'인데요, 옥탄가는 비정상적인 연소(노킹)를 막아주는 안정성을 수치화한 값입니다. 비정상적인 연소인 '노킹'이 발생하면 엔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엔진 주요 부품의 수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의 가격이 높은 것이죠. 하지만 자동차는 시장 특성과 타겟 소비자층을 고려해 각각 알맞은 옥탄가를 설정합니다. 엔진 세팅과 주입한 연료의 옥탄가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에는 노킹 발생, 불완전 연소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종에 맞는 옥탄가를 사용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여러분은 자동차를 얼마나 아끼나요? 너무 아껴서 잘못된 상식으로 자동차를 다루지는 않았나요? 엔진첨가제를 백 번 넣는 것보다 고속도로에서 시원하게 한 번 달리는 게 엔진 수명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내 차를 너무 애지중지하면서 어렵게 대했다면, 이제 조금은 편한 친구처럼 만나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게 오히려 내 차를 아끼는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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