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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자동차 이름이 뻐꾸기? 북한 자동차를 알아보자

북한에는 자동차가 얼마나 있을까?

 

▲ 2008년도 평양 시내의 풍경입니다. (출처 : flickr 'Stephan')

남한과 북한의 경제는 정전 협상 후 넉넉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1953년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68달러(7만3000원), 북한은 53달러(5만7000원으로)밖에 되지 않았죠. 당시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1960년대 들어서 남한과 북한의 경제는 엎치락뒤치락 하게 되죠.
1960년대에는 북한 국민소득이 남한보다 두 배 정도 앞서기도 했습니다. 1958년에는 북한이 승리-58이라는 트럭을 만들면서 자동차 생산국이 되기도 하였죠. 1970년대로 들어서자 남한에서 수출주도형 경제가 자리 잡고,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게 됩니다. 1970년대 말 남한과 북한에는 각각 28만대 정도의 자동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11년 26만2,000대에서 2015년 27만8,400대로, 불과 1만6,400대가 늘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보다 줄어든 거죠.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 1,844만대에서 2,099만대로 255만대가 늘었습니다. 북한은 자동차 등록이 왜 이렇게 적은 걸까요? 북한에서 등록된 자동차는 대부분 관용차로, 북한 주민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자가용을 갖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북한에는 어떤 자동차 브랜드가 있을까?

 

▲ 평안남도 덕천시에 위치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공장입니다.

북한에는 '평화자동차', '승리자동차 연합기업소', '금평자동차', '청풍합영회사' 등 크게 4곳의 자동차 제조사가 있습니다. 먼저 '평화자동차'는 1999년 우리나라의 평화자동차(신한국가정연합)의 투자를 받아 설립됐습니다. 연간 1만 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생산 규모는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 신한국가정연합이 북한 정부에 운영권을 양도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사라졌습니다.
'승리자동차 연합기업소'는 1958년 구소련의 지원으로 지어진 덕천자동차 공장이 전신입니다. 약 10여 종의 일반 지프, 소·중·대형 화물차, 각종 건설용 및 공용 버스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수입해서 개조하거나 반조립 상태에서 가져와 북한에서 조립 생산합니다. 참고로 평화자동차가 출범하기 전 북한에서 가장 큰 자동차 제조사였습니다.
'금평자동차'는 중국과 북한의 합작 회사로, 주로 트럭(0.5~30t)을 생산합니다. 중국 진베이 자동차 반제품을 수입해서 북한에서 조립 후 판매하고 있죠. '청풍합영회사'는 소형 자동차나 중형 버스, 화물 자동차 등을 반제품 상태로 수입해 조립 후 판매합니다.

북한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는 어디일까?

 

▲ 피아트 차종을 재조립한 평화자동차 휘파람 광고판이 있는 평양 공원입니다. (출처 :Flickr 'Ryuugakusei')

남한에 현대자동차가 있다면, 북한엔 평화자동차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 대부분은 평화자동차에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평화자동차 엠블럼은 마주보고 비상하는 흰색 비둘기 두 마리를 사용합니다. 남과 북으로 나뉜 우리 민족의 화합과 화해를 의미하죠.
평화자동차는 미니버스 ‘삼천리’와 고급세단 ‘준마’도 생산하지만, 대표 차종은 역시 세단인 ‘휘파람’과 SUV인 ‘뻐꾸기’입니다. 평화자동차 차종들은 모두 이탈리아 피아트, 중국 진베이, 우리나라 쌍용자동차 등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평화자동차는 직접 제조한다기 보다는 라이센스를 얻어 생산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라이센스 생산'이란 자체 개발이나 제조보다는 외부의 기술을 차용하여 제조하는 형태로, 기술개발이나 생산이 어려운 북한의 자동차 산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 평화자동차 SUV 뻐꾸기는 높은 가격에도 평양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평화자동차는 SUV 뻐꾸기를 김정일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며 특별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젊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떠올리는 단어라고 하죠. '휘파람'은 북한에서 꽤 세련된 느낌을 주는 단어입니다. 젊은 남녀가 데이트할 때 휘파람으로 은밀한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이죠. 남자가 휘파람을 불면 신호를 들은 여자가 집을 몰래 빠져나와 데이트를 즐기는 방식입니다. 뻐꾸기 소리 역시 북한 젊은 남녀 사이에서 비슷하게 쓰입니다. 평화자동차 노병춘 실장에 따르면, "2004년 뻐꾸기 출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차 사진을 보여줬더니, '휘파람 다음엔 뻐꾸기로 해라'라고 했다"고 전합니다.
평화자동차 SUV 뻐꾸기 시리즈는 2010년 1천5백여 대가 팔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평양에서는 뻐꾸기를 타는 남자가 1등 신랑감이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하죠. 2015년 기준 뻐꾸기는 북한 돈으로 340만 원에 팔렸습니다. 우리나라 원화 기준으로 약 3천7백만 원 정도입니다. 북한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북한 돈으로 약 3천 원, 우리나라 원화 기준으로 3만3천 원 정도라고 하니, 북한 주민에게는 굉장히 비싼 편이죠.

북한 자동차 산업 동향은 어떨까?

 

▲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브릴리언스 오토에서 제작한 세단 BS4를 라이센스 생산한 휘파람2입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자동차 생산 능력은 연간 6만 대 이상이지만, 생산량은 크게 못 미치는 4만 대 수준입니다. 또한, 북한의 자동차 생산량은 1999년 7만3천 대를 기록한 이후 2000년대 들어 꾸준히 감소하고 있죠. 대북 제재로 원자재 조달이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무역협회와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북한 자동차 산업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원자재는 대부분 북한에서 자체 조달하고 있으나, 자동차 부품은 90%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죠. 북한 완성차는 대부분 중국에서 반제품이나 완전분해 제품을 수입해 북한에서 다시 조립한 후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라이선스 방식이죠. 그러나 현재 북한의 자동차 수요나 공업 기술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 북한에서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건 어려워 승합차가 주를 이룹니다.

북한에도 럭셔리 세단이나 SUV 등 다양한 차종과 세그먼트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북한 주민 대부분은 이런 자동차를 타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구매하기 너무 비싸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최근까지도 북한은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없었습니다. 자동차 구매는 허용하면서도 개인 이름으로 등록해 사유재산화하는 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자동차를 사서 기관에 등록하는 건 노동당에 개인 재산을 내놓는 일이었죠. 하지만 북한에서도 자동차 소유에 대한 욕망은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3년 차인 2014년부터는 평양 거리에 교통 체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2017년 북한 당국은 이에 응답하듯 승용차에 한해 개인 이름으로 인민보안성 등 해당 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2016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상용차 수요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연간 2,000~3,000대 규모에서 1만 대 이상까지 늘어났다는 분석입니다. 김정은이 직접 승리자동차를 공개 방문해 새 화물차를 둘러보고 올해 수행해야 할 생산 목표를 지정하는 등 자동차 산업의 현대화 및 주체화를 적극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고, 북한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우리나라와 북한의 자동차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요?

신호체계와 운전면허제도, 교통법규, 언어 등 모든 부문의 자동차 문화에서 남한과 북한은 차이가 많습니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이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증을 공부할 때 가장 힘든 점은 언어의 차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모퉁이는 ‘굽인돌이’, 보도는 ‘걸음길’, 택시는 ‘발바리차’, SUV는 ‘반짐승합차’, 차선변경은 ‘자리바꿈’, 관광버스는 ‘유람뻐스’, 엑셀은 ‘가속기 디디개’ 등으로 부릅니다.
법규의 차이 역시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는 도로 건설에 관한 법규가 도로법, 고속도로법, 한국도로공사법, 사도법 등 다양하지만, 북한은 도로법 단 하나뿐입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건 우리나라가 도로가 교통정책의 중심인데 반해 북한은 철도가 교통정책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도로는 주요 기차역에서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보조 수단에 불과하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도로 관련 법규가 1960년대에 제정돼 지속적으로 개정이 이뤄졌지만, 북한은 비교적 늦은 1997년에 관련 법규를 제정해 아직 그 역사는 짧습니다.

 

▲ 북한은 고속도로가 적고, 도로 사정도 좋지 못합니다.

북한의 도로법은 역사가 짧지만, 2011년까지 7차례 개정되면서 재미있는 내용이 꽤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먼저 자동차 세척과 관련된 강제조항에서는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자동차는 도시에 진입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도시 미관을 강조해온 김정일의 지시를 반영한 걸로 추측할 수 있죠. 재미있는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북한은 2011년 도로법 제30조 개정을 통해 고속도로에서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짐승을 방목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2011년에야 추가했다는 건 그동안 도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태로 운용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에 따르면, 북한은 도로 사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북한의 총 도로 길이는 2만6183km, 고속도로는 729km입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총 도로 길이가 10만7527km, 고속도로가 4,193km인 걸 감안하면, 도로는 우리의 24.4%, 고속도로는 17.4%에 불과합니다. 특히 평양, 남포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포장도로입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포장률은 10% 미만이죠. 도로 폭도 좁아 간선도로 대부분은 왕복 2차로 이하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자동차 산업과 교통 문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70년이 넘는 분단의 역사 속에서 남한과 북한의 자동차 생활은 점점 더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차와 친환경 전기차가 상용화될 시기에는 또 어떤 차이가 생길까요? 북한에도 마이카 시대가 과연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