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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이 있기 전에 이런 게임이 있었다

20년 전 초등학생들은 어떤 게임을 했을까요? <동물의 숲>처럼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나만의 세계를 건설하는 그런 게임도 있었을까요? 그 시절 ‘동숲’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 5편을 소개합니다.

 

▲ <심시티>는 미국 컴퓨터 게이밍 월드 지 선정 명작 게임 10선에 꼽힙니다.

<심시티>는 유저가 시장 역할을 하면서 한 도시를 내 입맛에 꾸미는 게임입니다.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교과서로도 불리죠. <심시티>는 게임 산업에서 가장 존경하는 게임 개발자 3위로 꼽히는 윌 라이트가 맥시스 게임사에서 개발했습니다. 1989년 <심시티 클래식>을 시작으로, <심시티 2000>, <심시티 3000>, <심시티 4>로 이어지죠.
유저는 주거지구, 상업지구, 산업지구로 구분해 도시를 건설합니다. 이 구분은 대부분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의 표준이 되죠. 이 도시에 사는 시민은 심(Sim)입니다. 심을 위해 수도, 전력, 가스 시설을 만들고, 경찰서나 소방서, 병원, 도서관, 쓰레기장 같은 시설도 건설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민원에 시달려야 할 겁니다. 버스, 지하철은 물론 항만과 공항도 만들어 교역도 해야 합니다. 세율을 조정하고, 각종 좋은 법안을 통과시키기면 다른 도시에서 심들이 몰려옵니다. 도시의 번영이죠. 도박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키면 각종 범죄가 일어나 도시가 몰락할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를 만들자 <롤러코스터 타이쿤>

 

▲ <롤러코스터 타이쿤>으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트랜스포트 타이쿤>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코틀랜드 출신 게임 개발자 크리스 소이어가 1999년 제작한 놀이공원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400만 장이 판매됐는데, 그중 50만 장이 한국에서 팔리는 인기를 거뒀습니다. 불법 복제판이 많던 시기임을 고려하지 않아도 그야말로 대박을 친 거죠. 크리스 소이어는 인터뷰에서 650번 이상의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주 방문했으며, 롯데월드, 에버랜드, 서울랜드, 서울어린이대공원, 경주월드 리조트를 견학하기도 했죠.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PC와 모바일에서 넘버링 시리즈로 4편까지, 그 밖에 월드와 3D, 클래식 등 총 7개 시리즈가 있는데, 그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폐인을 양성한 시리즈는 2편입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가장 큰 매력은 관람객의 반응을 보는 것입니다. 주변 조경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롤러코스터는 흥미도를 더 높이고, 탑승한 관람객의 반응이 그걸 지켜보는 관람객의 흥미도와 행복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될 수 있는 <블랙 앤 화이트>

 

▲ <블랙 앤 화이트>에서 유저는 직접 신이 돼 인류를 다스립니다.

<문명>의 시드 마이어, <심시티>의 윌 라이트와 함께 게임 개발의 거성으로 꼽히는 피터 몰리뉴가 2001년에 제작한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이 게임 AI를 설계했던 데미스 허사비스는 나중에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이 되죠.
유저는 신이 돼 직접 인류를 다스립니다. 플레이어는 일종의 스킬인 '기적'을 이용해 폭력적으로 혹은, 평화적으로 영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과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인 '크리처'를 조종해 대변인처럼 써먹을 수 있죠. 크리처가 처음부터 똑똑한 것은 아닙니다. 아기 돌보듯 배변부터 식사까지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죠. 이 크리처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선한 크리처가 될 수도 있고, 악한 크리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선한 신이 되면 비를 내리는 기적으로 농경지 수확을 돕거나 목재 기적으로 집을 짓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주민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들어주면 믿음이 더 강해지고, 다른 신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악한 신도 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이나 주민을 제물로 바쳐 기적을 사용하기 위한 파워를 축적할 수 있고, 다른 신을 섬기는 마을을 번개로 지져 주민을 죽이는 공포의 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활 밀착형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

 

▲ <심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PC 게임입니다.

 

<심시티>를 개발한 윌 라이트가 2000년 처음 내놓은 <심즈> 시리즈는 <동물의 숲>처럼 자유도가 높은 ‘샌드박스’ 게임입니다. 아이가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뭔가를 만들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다는 뜻이죠. <심즈>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PC게임 시리즈로도 유명합니다. 시리즈 기준 총 2억 장. 가장 많이 팔린 PC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죠. 심즈 인생을 선택하고 현실 인생을 포기하는 유저도 생길 정도입니다.
게임 캐릭터는 ‘심(Sim)’으로 불리며, 인간에 대응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처음 만든 심이 죽더라도 결혼해서 낳은 자식으로 계속 플레이 가능합니다. 자식들이 죽어도 손자로, 증손자로 이어서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질리도록 게임을 즐길 수 있죠. 능력치가 낮은 심이 집에서 요리하거나, 집 안에서 폭죽을 터트리면 불이 나고, 심들이 죽습니다. 소년기 이하의 심이 혼자 남으면 보호시설이 데려가는데, 아직 게임 오버가 아닙니다. 시간을 빨리 돌려 성인이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절대 끝나지 않는 게임이죠.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밥도둑 간장게장은 명함도 못 내미는 희대의 시간도둑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시드마이어의 문명>

 

▲ <시드마이어의 문명>은 특유의 중독성 때문에 ‘폐인 양성소’로 더 유명합니다.

앞서 말했듯 <심시티>의 윌 라이트와 <블랙 앤 화이트>의 피터 몰리뉴와 함께 게임계의 거장 3인으로 불리는 게임 개발자가 바로 시드마이어입니다. 그는 <심시티>를 보고 감명을 받아 1991년 게임 하나를 만들어 출시했는데, 이게 바로 <시드마이어의 문명>입니다. 요즘에는 크리스토퍼 틴이 작곡한 <문명4> 메인 타이틀 곡 <바바예투>의 그래미상 수상과 게임 속 등장인물인 간디 밈(meme) 덕분에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물론 심각한 중독성 때문에 ‘악마의 게임’으로 더 유명하긴 하지만요.
기본적으로 게임은 자신의 문명을 선택해 발전시켜가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각 문명은 고유한 특성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같은 조건입니다. 다만, 유저가 마음대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큰 재미입니다. 동북아 이슬람 문명이 중동 기독교 문명과 십자군 전쟁을 치를 수도 있고, 동남아와 호주의 주인인 페르시아 인민 공화국과 동북아의 패자 아즈테카 문명이 태평양에서 함대 결전을 벌일 수도 있는 거죠. 물론 다른 게임처럼 ‘점령’도 중요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통치’가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UN을 통한 외교적 통합, 뛰어난 문화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적 통일, 과학력을 바탕으로 한 우주 진출 등 다양한 승리 방법이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1990년대 <동물의 숲>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게임 5편을 소개했습니다. 재밌어 보이나요? 조금은 촌스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이 게임들이 있었기에 <동물의 숲>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요? 혹시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이모, 삼촌이 있다면 옛날 게임 하나 추천해달라고 해보는 건 어때요? 먼지 쌓인 게임 CD를 보여주며 신나게 추억 이야기를 해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