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yl, Tape, CD, MP3, 그릇은 달라져도 담을 게 늘 한결같은 메시지” 지난해 연말 발표한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그걸로 됐어> 중 한 소절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그릇이 익숙한가요?
물론 지금 20대 대학생이라면, MP3나 스트리밍이 익숙하다는 대답이 가장 많겠죠.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제한 없이 들을 수 있어 가장 많은 사람이 편하게 사용하는 음반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3040세대에게는 CD나 테이프가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990년대엔 워크맨이나 포터블 CD 플레이어가 그야말로 필수템이었죠. 그 전 세대라면 바이닐(LP)이 익숙할 겁니다. 1980년대 후반 테이프나 CD가 나오기 전까지 음반시장을 장악했던 주인공입니다.
그동안 테이프와 CD, MP3와 스트리밍에 주인공 자리를 빼앗겼던 LP의 전성시대가 돌아왔습니다. 음악 판매량을 집계하는 닐슨이 발표한 2019년 시장 동향 조사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지난 한 해 LP가 1,884만 장 팔렸습니다. 집계를 시작한 1991년 이래 최대치입니다. 그리고 무려 14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디지털 음원과 CD 등 다른 매체가 전년 대비 25%까지 하락세를 보인 데 비하면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에 가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좋아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LP를 꺼내고, 닦고, 플래터에 놓고, 바늘을 올리는 불편한 과정을 사서 하는 걸까요? 게다가 다음 음악으로 넘어가려면 얼추 짐작 가는 곳에 바늘을 올려야 하는 부정확성까지 감수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이태원 바이닐 앤 플라스틱을 찾았습니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Vinyl & Plastic)은 1만종 이상의 바이닐과 CD를 판매하는 공간이자, 스트리밍이 아닌 실제 음악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체험형 공간입니다. 켜켜이 쌓인 LP와 CD를 넘기는 디깅(Digging: 원하는 음악을 발굴하는 것)의 설렘도 느낄 수 있고, 미세한 마찰음도 음악으로 만드는 턴테이블의 아날로그 사운드를 즐기는 것도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흔히 LP라고 부르는 음반 포맷은 바이닐(Vinyl) 중 하나입니다. 바이닐에는 SP, EP, LP 등 다양한 포맷이 있습니다. 1곡정도 들어가던 SP(Standard Playing Record)나 5~6곡정도 들어가던 EP(Extended Playing Record) 등과 비교해 훨씬 긴 재생시간을 가지고 있어서 LP(Long Playing Record)라는 이름을 붙였죠. 지금은 SP와 EP 포맷이 거의 쓰이지 않지만, 싱글, EP 앨범, 정규 앨범이라는 발매 형태로서 명맥이 남아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 모든 포맷이 비닐(플라스틱)로 제조되기 때문에 모두 바이닐 레코드(Vinyl Record)로 부르고 있습니다.
음반을 고르면 구매하기 전에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에는 직접 고른 음반을 청음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40대 이상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음반을 청음하고 있는 방문객 대부분이 20대라는 것입니다. LP는 커녕 테이프도 구경 못해본 세대일 텐데, 능숙하게 LP에 바늘을 올리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앨범 Declaration of Dependence를 들어봅니다. 영미권에서는 우리나라처럼 n집이라는 개념을 쓰지 않고 앨범마다 타이틀을 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앨범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세 번째 음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곡 Mrs Cold가 수록된 앨범입니다. 워낙 부드럽고 포근한 곡이 많은 앨범이라 다른 걸로 듣는 것보다 LP로 듣는 걸 추천합니다.
비틀즈(Beatles)의 앨범 Abbey Road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구매 하였죠! 수록된 곡만큼 자켓 역시 유명한 앨범입니다. 공식적으로 마지막 앨범인 Let It Be 녹음 이후 금방이라도 갈라질 듯 대립하던 멤버들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뭉쳐보자"는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제안에 동의했고, 이에 비틀즈 마지막 녹음 음반인 이 앨범이 탄생했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의기투합이 느껴질 만큼 Let It Be보다 훨씬 즐겁고 밝은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LP 초짜를 위한 입문 가이드
매장에서 구매한 LP를 집에서 들어볼 차례입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와 비틀즈의 앨범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처음 LP를 접하는 거라면 이 매력적인 아날로그적 행위 일련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부터 천천히 따라와 보시죠.
LP를 듣기 위해서는 턴테이블이 있어야 합니다. 클럽에 가면 DJ가 ‘쉐낏쉐낏’ 하는 그거 맞습니다. 처음 LP에 입문하는 거라면 입문용 턴테이블을 구매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LP는 기본적으로 작은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미약한 턴테이블 신호를 1차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포노(Phono) 앰프’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죠. 그래서 포노 이퀄라이저가 내장된 턴테이블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또한, 요새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많이 듣기 때문에 블루투스 기능이 된다면 더 좋겠죠.
앞서 말한 것처럼 LP는 바이닐의 한 종류입니다. 보통 LP는 12인치 33 1/3 RPM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RPM은 레코드의 분당 회전수를 의미하죠. 자동차 RPM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LP보다 작은 7인치 EP는 45 RPM을 주로 사용합니다. 간혹 12인치 LP 중에도 45 RPM을 사용하는 레코드가 있기 때문에 앨범 자켓을 꼭 확인한 후 적당한 형식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실제로 한 라디오 방송에서 LP로 음악을 들려주다가 45 RPM 음반을 33 1/3 RPM으로 틀어 늘어지는 음악이 나오는 방송사고가 일어난 적 있었죠.
톤암은 레코드가 밑에서 회전할 때 카트리지와 바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안정적인 소리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문가는 천 만원이 넘는 초고가 톤암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레코드 위에 톤암을 얹을 때는 부드럽게 놔야 합니다. 요새 나오는 턴테이블에는 톤암 UP/DOWN 버튼이 있어 자동으로 천천히 레코드에 바늘을 얹기도 하죠.
카트리지는 톤암에 장착된 장치입니다. LP의 소릿골(Groove)에 기록된 아날로그 신호를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죠. 카트리지에 달려있는 바늘을 캔틸레버라고 하는데, 이곳 끝에 달려있는 스타일러스가 LP 소릿골과 직접 접촉해 진동신호를 읽어내면 이 신호를 카트리지 내부에서 전기적 신호로 바꿉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기적 신호를 음악으로 들을 수 있는 거죠. 턴테이블 바늘은 소모품입니다. 듣는 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년에 한 번쯤 교환해야 더 깨끗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LP를 플랫터에 올리기 전 먼저 깨끗하게 먼지를 닦아줘야 합니다. 바이닐 레코드는 비닐 제질이기 때문에 정전기가 많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여러 먼지가 심하게 묻을 수밖에 없죠. 레코드판에 묻은 먼지는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깨끗한 극세사천이나 정전기를 일으키지 않는 솔로 소릿골을 따라 천천히 먼지를 제거해주는 게 좋습니다.
준비가 모두 끝났으면 레코드를 플랫터에 올려놓습니다. 플랫터는 레코드가 재생할 때 회전하는 둥근 판입니다. LP 레코드가 얹어지는 부분이죠. 플랫터는 수평을 유지해야 합니다. 플랫터는 회전하는 방식에 따라 벨트 드라이브, 아이들러, 그리고 다이렉트 드라이브 등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됩니다. 보통 입문용 턴테이블은 벨트 드라이브를 사용하는데, 이때 벨트도 소모품이기 때문에 음악이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교환해주는 게 좋습니다.
이제 천천히 톤암을 움직여 플랫터 위에서 돌고 있는 레코드 판 위에 스타일러스를 얹습니다. 다음 곡으로 건너뛰는 버튼이 없어 바늘을 한 번 올려놓으면 20분 이상은 가만히 앉아서 LP가 들려주는 음악을 그대로 들어야 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곡을 듣는 게 아니라 앨범을 듣는 것입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의 LP 감상, 여러분도 그 매력에 빠져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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